AI 기본법 시행령 산업 발전인가 규제인가

AI 기본법, 산업 발전의 기회인가 규제의 출발점인가?

2024년 1월,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관련 포괄법,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추진한 ‘AI법(AI Act)’에 이어 글로벌 AI 정책 흐름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 잡을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의 AI 산업 지원과 규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지만, 세부적인 규제를 담게 될 시행령의 내용이 산업계의 시각에서는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인공지능 산업의 현실적 문제점과 규제 도입의 방향성을 다룬 이슈페이퍼 《AI 기본법, 산업 발전의 토대인가? 규제의 시작인가?》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리포트의 핵심 내용은 시행령이 AI 기술 발전 속도와 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경우,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AI 기본법: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

AI 기본법은 정부가 국내 AI 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이 법이 산업 전반에 엄격한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 자체의 틀보다는 구체적인 시행령의 내용이 보다 중요한 상황입니다. 제정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현실과 괴리된 세부 규제는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이번 이슈페이퍼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핵심 쟁점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① ‘고영향 AI’의 애매한 정의와 규제 불확실성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법안에 언급된 ‘고영향 AI’라는 개념은 그 정의 자체가 모호하여 산업계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고영향 AI로 분류되는 기술에 더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산업 현장에서 이를 판단하고 적용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규제 비용을 초래하며 혁신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② 생성형 AI 표시 의무와 기술의 발목

생성형 AI, 이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법안의 시행령에서 생성형 AI 활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의무가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이 기술을 도입하려는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로 인해 AI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거나 포기되면서, 결국 AI 산업이 가진 성장 잠재력도 크게 약화될 수 있습니다.

③ 기존 법령과의 중복 및 충돌 문제

새로운 법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 법들과의 조화 문제가 항상 논의됩니다. AI 기본법 역시 기존 기술, 정보 보호 관련 법령 및 산업 규제와 중복되거나 충돌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특히 중복 규제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게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로 인해 오히려 산업 환경이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④ 불명확한 사실조사 요건과 산업 현장의 부담 증가

이번 리포트는 또 하나의 문제로 사실 조사의 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AI 관련 조사를 수행함에 있어 산업계가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가 불투명하다면, 기업들은 과도한 조사 대응에 시달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특히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⑤ 검·인증 권한의 독점 우려

AI 기본법에서 AI 기술 검증과 인증 권한을 특정 기관이 독점적으로 가질 가능성 또한 지적되었습니다. 이는 한정된 수의 기관이 모든 기술을 검증·인증하는 체계를 초래할 수 있고, 그 결과 기술 혁신이 지연되거나 독과점적 구조로 인해 시장 경쟁이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산업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정교한 설계 필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이번 이슈페이퍼에서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정책 설계에서 산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 실행 불가능한 규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AI 산업 전체의 발전 속도를 저해할 수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AI 분야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의 규제를 그대로 수입해 적용하면 오히려 산업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는 이어서 “정부가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현실적이고 혁신 친화적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리포트를 통해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AI 기본법,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방향은?

AI 기본법은 분명 대한민국이 AI 산업 육성을 위해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법안입니다. 하지만 법 자체의 목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세부 시행령에 따라 실제 효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시행령이 산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각종 우려 사항들을 해결하려는 균형 잡힌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AI 기본법은 대한민국의 AI 산업 발전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과연 AI 기본법이 국내 AI 기술의 성장 발판이 될지, 아니면 산업에 새로운 족쇄로 작용할 것인지는 이제 정부와 산업계의 소통에 달려 있습니다.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찾는 것이야말로 현재 대한민국 AI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AI 기본법과 관련한 이번 논의가 우리의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건설적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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